국내 온라인 게임산업 개척자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국을 K-게임의 메카로 키워냈던 인물입니다. 게임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블록체인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하며 한국의 디즈니를 꿈꿨던 그의 도전은 54세의 시간에 멈췄습니다.
NXC는 1일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하였습니다"며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고 최근 들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하였습니다.
1968년생인 고인은 명실공히 국내 게임업계 1세대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산학과 석사를 취득 후 박사과정을 이어가던 중 6개월만에 그만두고 1994년 넥슨을 창업하였습니다.
자본금 6000만원으로 역삼동의 오피스텔에서 출발한 넥슨은 국내 게임산업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넥슨의 첫 히트작 바람의나라는 국내 최초 그래픽 기반의 온라인 게임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이후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PC 온라인 게임이 연달아 히트하면서 넥슨은 국내 게임업계 1위에 올랐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이었던 온라인 게임 시장은 넥슨의 게임들과 함께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생전 은둔의 경영자로 불렸던 고인은 기업인으로서 독특한 면모를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넥슨을 창업한 지 10여년간 경영 일선에 나서지 않다가 2005년에서야 최고경영자(CEO)를 맡았습니다. 이듬해 넥슨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자 넥슨홀딩스(현 NXC)의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7월 사임할 때까지 15년간 이어왔습니다.
지난 2011년에는 넥슨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하였습니다. 게임 선진시장인 일본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였다. 그의 승부수는 적중하였습니다. 이후 넥슨은 국내 게임 기업 최초로 연매출 1조원 고지에 올랐고 지난 2020년에는 매출 3조원도 돌파하였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신작 부재 등의 여파로 2조8530억원에 그쳤지만 게임업계 정상의 지위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게임 이외 분야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진행하였습니다. 북유럽 프리미엄 유모차 제조사 스토케, 캐나다 의류회사 무스너클, 이탈리아 동물사료 제조사 세레레 등이 NXC가 투자한 곳들입니다. 가상자산 열풍을 타고는 가상자산 거래소도 연달아 인수하였습니다. 2017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코빗을 품은데 이어 이듬해에는 유럽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비트스탬프도 인수하였습니다. 지난해 4월에는 넥슨 일본법인이 1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1717개를 매수해 주목받기도 하였습니다.